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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로이야기

<자아도취의 사슬>- 15번 악마

by Peeling 2023. 4. 28.
악마마카드는 6번 '연인'카드와 수비학 적으로 동일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15는 1+5로 한 자리의 자연수로 6이 됩니다. 또한 6번 연인과 15번 악마는 카드의 구성도 일치합니다. 천사가 악마로, 자유로운 연인이 구속된 연인으로 그려져 있는 것이 다를 뿐이지요. 타로카드의 연인과 악마는 사랑과 구속이라는 서로 상반된 분위기를 회화적으로 묘사하고 있으면서 사랑은 또다른 이름의 구속이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합니다. 재미있게도 타로카드는 사랑의 또다른 이름인 '구속'의 의미를 스스로 통찰해 보기를 요구합니다. 타로는 앞의 '절제'카드가 제안한 '주체적으로 사유하기'를 연인카드와 악마카드를 동일한 구성으로 두며 성찰해 보도록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선과 악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선과 악, 좋은 것과 나쁜것,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 등과 같이 기준이 모호한 도덕적 잣대로 선을 그어 놓습니다. 그렇다면 보통의 경우 상대가 악의 위치에 놓이겠지요. 하지만 타로카드는 연인과 악마를 대비시켜 놓으며 선과 악은 정말 이분법적인가를 질문하고 있습니다. 사랑과 구속이 하나인 것 처럼 선과 악도 어쩌면 하나가 이닐까? 물론 선과 악은 다릅니다. 선은 도덕적으로 올바른 것, 긍정적인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다른 사람을 도와주거나 선한 행동을 하거나 참된 것을 말합니다. 반면에 악은 도덕적으로 부적절하거나 부정적인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다른 사람을 해치거나 허위를 말하거나 부정적인 행동을 취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나 선과 악은 문화나 개인적인 가치관, 상황에 따라 다르게 인식될 수 있는 개념입니다. 선과 악은 고정적이지 않습니다. 대신, 시대와 문화, 개인적인 가치관, 그리고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는 것입니다. 타로는 스핑크스의 수수께끼 앞에 선 소년(오이디푸스)처럼 악마카드를 앞에 두고 우리의 생각, 사고, 사유를 통해 적극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여기 칼 융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융은 "내 밑바닥에는 신과 악마가 같이 자고 있다."라는 것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 현대인들은 합리적으로 움직이고 능률적으로 살고 있으면서도 자신이 제어할 수 없는 엄청난 어떤 <힘>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신이나 악마는 사라져 버린 것이 아니다.
새로운 이름으로 등장하고 있는 데 지나지 않는다.
신이나 악마는 현대인들에게, 하루도 가실 날이 없는 막연한 불안이나 심리적인 갈등, 약물, 알코올, 담배, 먹을 것에 대한 끝없는 욕구(그리고 무엇보다도 갖가지 신경증)로 나타나고 있다.]
- 칼 G. 융 <인간과 상징>

융은 사람의 무의식에는 자아의 어두운 측면인 그림자가 있는데 우리는 이를 잘 모르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그림자는 쉽게 다른 사람에게 투사됩니다. 정신분석에서 투사는 자신이나 자신이 가진 감정, 욕구, 생각, 특성 등을 다른 사람이나 사물, 상황 등 외부 대상에게 끌어 붙이는 방어기제 중 하나입니다. 무의식의 그림자가 상대에게 투사되면 즉, 내 안에 있는 어두운그림자를 상대에게서 발견하게 되면 그 사람을 싫어하고 미워하게 된는 것입니다. 타로카드의 악마 카드를 융의 관점에서 보면 내 안의 소망이나 욕망의 불만족, 육체적인 충동, 집착, 중독, 부도덕한 욕망, 자기희생의 상태 등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카드는 단순히 부정적인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악마 카드는 욕망과 충동을 극복하고, 이를 통해 내면의 갈등과 싸워내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합니다. 이를 통해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고, 개인의 정신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아 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에서 6번 연인카드와 15번 악마카드를 수비학적으로 회화적으로 같은 구성으로 묶어 놓은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15번 악마카드는 연인과의 대비를 통해 선과 악 이분법적인 사고를 넘어서면서 더 넓은 시야에서 세상을 바라볼 필요가 있음을 이야기 합니다. 이러한 시각에서는 어떤 일이든 그 안에는 다양한 요인이 존재하며, 모든 요인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 받습니다. 따라서, 선과 악이라는 이상적인 개념보다는 상황과 맥락을 고려하며 다양한 시각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다양한 시각에서 문제를 바라본다면, 우리는 더 많은 선택의 폭과 가능성을 가질 수 있습니다.
타로카드의 바보는 10번' 운의명 수레바퀴'를 지나면서 우리의 정신과 영혼을 위한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그 여행에서 만나는 카드들은 쉽지 않은 상황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제부터 바보는 주제적으로 사유하고 자신만의 답을 찾기 위해 개인적인 경험과 감정, 윤리적 판단 등을 바탕으로 한 복잡한 판단과 의사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바보는 이 여행을 중간에 포기하거나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선생님들도 각자의 여행을 계속하고 계시지요? 여행의 끝에 무엇이 있을지 또 여행이 끝난 다음에 우리는 어떤 모습일지 알 수는 없지만 바보의 열정이 있는 한 우리는 이 여행을 즐길 수 있을 겁니다. 선생님들을 항상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