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삼모사의 지혜
조삼모사 [朝三暮四]
흔히 조삼모사는 자기의 이익을 위해 교활한 꾀를 써서 남을 속이고 놀리는 것을 이르는 말입니다.
조삼모사를 이원론과 일원론의 철학적 관점에서 본다면 꾀 재미있는 결론을 도출해 낼 수 있습니다.
철학적으로 이원론(二元論)은 정신과 물질을 우주의 근본원리로 봅니다. 세계의 모든 현상을 절충 불가능한 두 개의 대립하는 원리로 사물을 설명하는 학설이 이원론입니다. 반면, 일원론(一元論)은 우주의 근본원리가 오직 하나라고 주장하는 학설이지요. 유심론(唯心論)은 세계가 정신으로부터 성립된다는 학설입니다. 유심론에 따르면 세계는 정신의 현상이거나 단순한 환영에 불과해 세계는 실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좀 어렵지만 원리는 의외로 간단합니다.
인간의 세상은 이 이원론의 세계입니다.
인간은 자연과 하나 된 일원론적 세계관을 벗어나 인간의 문명을 만들며 성장해왔습니다.
인간에게 이원론의 세계는 생존이며 자연과 분리된 문명의 세계를 구축하게 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일원론의 세계에서 벗어난 인간은 자연과의 합일에서 멀어지며 많은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조삼모사에서 저공은 원숭이에게 같은 먹이를 가지고 다른 관점을 보여줍니다. 하루에 주는 도토리의 양은 같지만(일원론), 저공은 마치 다른 양의 먹이를 원숭이들에게 주는 것 처럼 (이원론) 보이게 만들지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 허상을 보여준 것입니다.
오늘 부인과 말이 통하지 않아 고민하는 남편을 상담하게 되었습니다. 남편은 부인과 말이 통하지 않는 이유를 부인이 자신의 뜻과 다른게 자신의 말을 오해하는 것에서 비롯 된다고 말합니다. 부부는 정말 같은 말을 다르게 듣고 오해하는 것일까요?
두 분 모두 행복한 가정, 행복한 결혼생활을 기대하며 나누는 대화일 텐데 왜 대화는 항상 빗나가고 고통 스러울까요?
서로가 서로를 속이는 것도 오해하는 것도 아닙니다.
함께 잘 살아 보자는 것이 목적이지만 그 방식은 서로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 너와나는 다는 관점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에서 비롯된 착각이지요.
너와 나는 부부이니 같은 목표 다른 방식은 있을 수 없을까요?
인간은 일원론적인 자연의 세계에서 자신을 분리해 내면서 인간을 발견했습니다. 우리의 생존이 된 이 세계는 나와 대상을 분리하는 것으로 부터 나를 발견합니다.
그런대 사랑하는 사이가 되고 부부가 되고 가족이 되면 하나 처럼 되어야 된다고 착각합니다. 모순이지요.
고민하는 남편분의 어려움을 모르지 않지만 그 어려움이 그저 실재가 없는 착각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걸 알지 못한다면 서로 사랑하지만 그래서 서로 미워할 수 밖에 없겠지요.
* 송(宋)나라에 저공(狙公)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원숭이를 사랑하여 여러 마리를 길렀다. 저공은 원숭이들의 뜻을 알 수 있었으며, 원숭이들 역시 저공의 마음을 알았다. 저공은 집안 식구들의 먹을 것을 줄여 가면서 원숭이의 욕구를 채워 주었다. 그러나 얼마 후 먹이가 떨어져 가서 앞으로 그 먹이를 줄이려고 했으나, 원숭이들이 말을 잘 듣지 않을 것을 우려하여 먼저 속임수를 써 말했다. “너희에게 도토리를 주되 아침에 세 개를 주고 저녁에 네 개를 주겠다. 만족하겠느냐?” 원숭이들이 다 일어나서 화를 냈다. 저공은 바로 말을 바꾸었다. “너희에게 도토리를 주되 아침에 네 개를 주고 저녁에 세 개를 주겠다. 만족하겠느냐?” 여러 원숭이가 다 엎드려 절하고 기뻐하였다.(宋有狙公者, 愛狙, 養之成羣. 能解狙之意, 狙亦得公之心. 損其家口, 充狙之欲. 俄而匱焉, 將限其食. 恐衆狙之不馴於己也, 先誑之曰, 與若芧, 朝三而暮四, 足乎. 衆狙皆起而怒. 俄而曰, 與若芧, 朝四而暮三, 足乎. 衆狙皆伏而喜.

